화가의 놀이터
2026-07-31 02:08:26 zolisin
| [[김지현]](미술 비평·전시 기획) | |
| − | 미술비평가 신혜영은 2010년대 이후 미술 생산장 내 열악한 구조와 외부의 선택과 원조를 기다리기보다 삶과 예술을 병행하며 홀로 서는 편을 택했던 새로운 행위자들에 주목했다.2)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동시대 미술의 제도적 기반(공모, 레지던시, 미술상, 갤러리 전속계약 등)은 창작의 자유보다 행정적 효율성과 지원 시스템의 공정성을 앞세우며 ‘선정-평가-결과’의 체계 안에 대부분의 미술가를 불안정한 예술 노동자이자 자기 브랜딩에 능한 자영업자로 위치시켰다. 정량화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했고 수없이 공모에 지원하고 거듭 탈락하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지인 외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고작 일주일간의 전시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대관 화랑이 마지막 선택지로 남아 있지만 비용이나 실리의 면에서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며, 사실상 지원금 없이는 작업도 전시도 불가능하기에 결국 매 공모 시즌마다 포트폴리오와 지원서를 준비하고 제출하지만 거기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일 년을 계획해야 한다. |
| + | 미술비평가 신혜영은 2010년대 이후 미술 생산장 내 열악한 구조와 외부의 선택과 원조를 기다리기보다 [[삶]]과 [[예술]]을 병행하며 홀로 서는 편을 택했던 새로운 행위자들에 주목했다.2)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동시대 미술의 제도적 기반(공모, 레지던시, 미술상, 갤러리 전속계약 등)은 창작의 자유보다 행정적 효율성과 지원 시스템의 공정성을 앞세우며 ‘선정-평가-결과’의 체계 안에 대부분의 미술가를 불안정한 예술 노동자이자 자기 브랜딩에 능한 자영업자로 위치시켰다. 정량화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했고 수없이 공모에 지원하고 거듭 탈락하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지인 외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고작 일주일간의 전시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대관 화랑이 마지막 선택지로 남아 있지만 비용이나 실리의 면에서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며, 사실상 지원금 없이는 작업도 전시도 불가능하기에 결국 매 공모 시즌마다 포트폴리오와 지원서를 준비하고 제출하지만 거기에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일 년을 계획해야 한다. |
| 그런 상황에서 동시대 미술가들은 굶어 죽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요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야 했고, 주변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모이며 자연스럽게 연대가 형성되는 흐름이 생겨났다. 신혜영이 “스스로 움직이는 미술가들”이라 명명했던 신생공간 주체를 포함해, 그 전후 다양한 목적과 지향을 가지고 활동했던 주로 콜렉티브로 유연하게 호명되어 온 예술가 모임이 그 자생적 실천 사례일 것이다. 2023년 시작된 드로잉 프로젝트 “행복반”은 미술 내 소그룹 활동이 표방했던 원대한 목표 대신 “가벼운 마음이었다.”(함성주)라는 말처럼 여섯 명의 작가―고경호, 김승규, 이준용, 임지현, 함성주, 황예랑―가 매달 한 번씩 모여 각자의 드로잉북을 공유하는 자리로 이어져왔다. |